걷기
몇 달간 이직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은 적이 있습니다. 바쁜 직장인의 삶이 아닌 삶이 무료한 실업자 신세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처음 며칠은 늦게 일어나 빈둥빈둥거리며 한가하게 인터넷으로 웹서핑을 하며 영화를 보고 독서를 하다가 하루를 마감하는 지루한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넘어가자 육체적으로 편한 대신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졌습니다.
분노와 좌절감, 상실감이 커다란 망치로 변해 머리를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유튜버가 산책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스트레스 지수를 감소시킨다는 말에 저도 따라 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다음 직장에 들어가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고 그때까지 할 수 있는 활동은 많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대중교통수단, 킥보드, 전기 자전거 같은 이동수단을 통해 원하는 곳에 가지만 막상 생각 없이 걸어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장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에 든 고민과 생각들이 사라지고 지금 당장에 보이는 골목길과 처음 보는 가게들, 그리고 따스한 햇살로 인해 기분이 서서히 좋아지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운동부족은 당신의 잘못입니다
웬만하면 아는 길로 걸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익숙함보단 생소함이 앞서서 놀랐지만 그보단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복잡해진 머리가 어느 정도 맑고 개운한 상태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평소에 걷지를 않으니 한 시간만 산책을 했을 뿐인데 다리가 아프고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집니다.
그리고 괜찮은 식당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두 눈으로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외식을 하면 대부분 집 근처가 아닌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 가기에 걸어서 주위를 둘러보면 집 주변이 낯선 환경처럼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약해진 것보다는 평소에 운동을 워낙 하지 않아서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는 자신을 발견하면 실소가 터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힐링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늘은 몇 시간 동안 걸어야 한다든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해야지라는 목표는 없어도 됩니다. 생각을 비우고 천천히 걸으며 힐링을 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등산과는 다르게 오르막에 대한 거부감도 없으니 편한 신발을 신고 유유히 걸으면 됩니다. 걷다 보면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부끄러움이 계속 떠오르고 잡다한 생각이 머릿속에 뱅글뱅글 돌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생각마저 흐르는 강물처럼 그냥 지나갈 것입니다.
저는 가끔씩 3시간 이상 장시간 산책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땐 다리가 아프고 발바닥에 땀이 차서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다 간혹 산책 중에 몇 가지 고민들의 해결방법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합니다. 또한 걸으면서 평소에 자주 연락하지 않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여 안부를 묻기도 하는데 이상하게도 걷고 있을 땐 편안하게 대화가 이루어집니다.
저는 걷기 운동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다기보다 휴식을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의 그림자 같은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면 간단하지만 효과가 큰 걷기 운동을 지금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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